지구의 유일한 자연 위성인 달은 수천 년 동안 인류의 상상력을 사로잡았습니다. 고대 민간 설화부터 현대 우주 탐사에 이르기까지 달은 계속해서 우리의 흥미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낭만적인 매력을 넘어 달이 실제로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을까요? 오늘날 과학자들은 달을 보며 사람이 살 수 있는 기지를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지만 과연 달에 사람이 사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 달
달은, 우리 지구의 단 하나뿐인 위성이면서 가장 가까운 천체입니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평균 거리는 38만 4,400Km로,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인 화성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가장 가까울 때에도 5,500만Km에 이르니 지구가 달과 얼마나 가까운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달이 밤하늘에 보이는 그 어떤 천체보다 밝고 크게 빛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덕분에 사람들은 옛날부터 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환하게 빛나는 보름달의 어두운 부분을 보고 달에 토끼가 살고 있다고 상상한 사람들이 이는가 하면, 달에도 바다가 있는 증거라고 여긴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대기 없는 달은 위험해
1959년, 소련(현재의 러시아)에서 보낸 루나 2호가 최초로 달 표면에 착륙해 달을 조사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969년에는 미국의 아폴로 계획에 참여한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뎠습니다. 이후로도 모두 12명의 우주인이 달 위를 걸었고, 여러 탐사선이 달을 조사하고 달의 흙을 지구로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아쉽게도!) 달엔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도 없고, 토끼는커녕 그 어떤 생물도 살기 어려운 곳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가장 큰 이유는 달에 대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중력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아서 대기를 이루는 공기 분자를 잡아 둘 수 없고, 공기가 없으니 숨을 쉴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대기가 없다는 건 숨쉬기 어렵다는 것 이상으로 큰 문제입니다. 대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대기가 있는 우리 지구와 비교해 보면 대기는 기온이 지나치게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일을 막아 줍니다. 가령 지구의 적도에 있는 남아메리카 브라질의 도시 마카파의 1년 중 최고 기온은 약 32℃이고, 최저 기온은 23℃가량입니다. 기온 차이가 채 10℃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기가 없는 달의 적도 지역 기온은 낮에는 120℃까지 올라가고 밤에는 영하 170℃까지 내려갑니다. 또 지구 밖에서 날아오는 작은 운석이나 먼지는 지구 대기를 통과하는 동안 불타 없어지는데,(운이 좋으면 이렇게 먼지가 대기 중에서 타오르는 순간을 볼 수 있는데, 이게 바로 별똥별입니다!) 달에는 대기가 없어 운석들이 그대로 달 표면에 떨어져 부딪히고, 먼지를 만들어 냅니다. 달 표면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먼지들이 두껍게 쌓여 있습니다. 지구의 대기는 우주 방사선이 지구 표면에 닿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합니다. 우주 방사선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에너지가 매우 높은 방사선을 말하는데, 이를 직접 쬐게 되면 세포가 손상돼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달에는 대기가 없으니 우주 방사선도 달 표면으로 그대로 내리 쬐입니다. 이렇게 지구의 대기는 우리를 많은 것으로부터 보호해 주고 있습니다. 이런 대기가 없는 달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척박한 곳입니다.
달에서 발견된 대량의 얼음
달에 인간을 보내는 미국의 아폴로 계획은 1972년으로 끝이 났습니다. 그 뒤로 50년 동안 달에 간 인간은 없었습니다. 달에 사람을 보내는 건 위험한 일이기도 하고,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들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 탐사가 멈춘 것은 아닙니다. 2018년에는 2009년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1호가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달의 남극 지역에 6억t에 이르는 얼음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흥분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양의 얼음이 있다면, 이 얼음을 녹여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또 물은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물을 분해하면 숨 쉬는 데 필요한 산소 말고도 아주 높은 에너지를 내는 연료 물질인 수소를 얻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과 산소, 연료를 지구에서 달까지 실어 나르지 않고도 오랜 기간 머무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순간이었습니다.
달에서 먹고 살기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의 로버트 펄, 안나 리사 폴 교수 등이 이끄는 연구 팀은 아폴로 탐사선이 달에서 가져온 흙에 '애기장대'라는 식물을 심었습니다. 놀랍게도 거의 모든 씨앗이 싹을 틔웠어요. 곧 애기장대가 지구에서처럼 쏙쏙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도 밝혀졌지만 말입니다. 달에서 식물을 키워 내려면 아직 연구해야 할 것이 많지만, 이렇게 식물의 싹이 텄다는 사실은 달의 흙에서 식량을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달에 있는 자원을 써서 우주 먼지와 방사선에서 사람의 몸을 지켜 줄 건물을 짓는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18년 유럽 우주국의 과학자들은 달 표면을 덮은 먼지로 벽돌을 만들고, 이것을 이용해 달 기지를 짓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과학자들은 달의 현무암질 먼지 성분과 꼭 닮은 지구의 화산재를 이용해 먼지를 모으고 구워 단단한 벽돌로 만들 수 있을지 시험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달 표면에서의 특성을 그대로 옮겨 오긴 힘들었고, 실험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선 방사선이 완전하게 제거된 먼지 샘플이 필요하다는 결론은 내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달 먼지 벽돌이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건물 외에도 탐사선이 더욱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도로나 탐사선 착륙장 등을 만드는 데도 사용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달 기지, 현실이 될까?
2017년 미국 정부는 아폴로 계획의 뒤를 잇는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달 상공에 달 궤도를 도는 우주 정거장과 달 표면에 기지를 짓는 것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21개 나라가 힘을 합치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참가국 중 하나입니다.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무사히 달에 도달하게 되면 달을 돌며 달의 전체 지도를 찍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정보는 탐사선이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는 곳이나, 달 기지를 짓기 적당한 장소를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2025년까지는 애초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연 아르테미스 계획이 어디까지 실현될 수 있을까요? 사람은 달에 얼마나 오래 머무르고 살아갈 수 있게 될까요?